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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아도 못 산다는 ‘에르메스 가방’을 에코백처럼 쓰는 배우

김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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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더 큰 사랑을 받은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1946-2023)은 ‘버킨백’의 시초를 만든 장본인이다.

1984년 파리→런던행 항공기 안에서 에르메스 회장 장-루이 뒤마와 우연히 이웃해 앉은 그는 “아기용품까지 넉넉히 들어갈 튼튼한 가방이 없다”고 푸념했고, 뒤마가 기내에서 스케치를 시작해 완성한 모델이 바로 오늘날의 버킨백이다.

버킨백은 매장에 돈을 내고도 바로 살 수 없는 ‘바이-인(by-in)’ 제도로 악명 높지만, 정작 이름의 주인공은 이를 들고 슈퍼마켓을 찾거나 바닥에 툭 내려놓곤 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가방은 결국 물건 담는 것”이라며 생활 흠집이 묻어야 멋이 난다고 말했다. 18-25시간 수작업으로 탄생하는 최고가 핸드백을 일상용 ‘바구니’ 취급한 셈이다.

버킨은 영화계와도 인연이 깊다. 2012년 서울 공연을 앞두고 홍상수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초반부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서촌 길을 묻는 외국인으로 잠깐 스쳐 가지만, “한국 관객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는 말처럼 프랑스-한국 독립영화 교류사에 남은 작은 장면이 됐다.

2023년 7월 16일, 파리 자택에서 76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뇌졸중 후유증과 어깨 부상으로 투어를 잇달아 취소했으나, 노년에도 정치·인권·환경 캠페인에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버킨의 사망 소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유를 상징한 예술가”라며 추모했다.

버킨백은 여전히 “돈보다 인연이 먼저”인 희소템이지만, 그 가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용자는 호사보다 실용, 격식보다 자유를 택했던 오리지널 뮤즈, 제인 버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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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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