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빈에게는 유난히 많은 ‘숫자’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태권도 2단, 합기도 3단, 액션영화 10여 편, 그리고 초등학생 때 받은 IQ 141. 이 중 가장 자주 회자되는 건 마지막 숫자다.

2005년 SBS 특집극 ‘하노이 신부’로 데뷔하기 전, 오디션장에서 2회분 대본(A4 30쪽 분량)을 한 시간 만에 통째로 암기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PD는 “리딩이 아니라 완벽한 암송이었다”고 회상했다.

‘대본 통째 암기’는 타고난 언어 습득력 덕분이다. 스포츠경향 인터뷰에서 김옥빈은 “아이큐 141 덕에 언어 영역이 특히 강했다”고 말했다. 초등 시절 받아쓰기 만점을 넘어 교과서를 그대로 암기해 친구들에게 ‘컴퓨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능력은 현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영화 ‘박쥐’ 촬영 때엔 상대배우가 실수해도 즉석에서 대사를 이어가 박찬욱 감독에게 “한 번 NG 없는 장면을 가능하게 한 배우”라는 칭찬을 들었다. 2017년 ‘악녀’ 액션 팀은 김옥빈이 “안무처럼 대사를 외우고 액션을 맞춘다”고 했다.

김옥빈은 암기 비결로 ‘패턴화’를 꼽는다. “장면별 감정 흐름을 블록처럼 쪼갠 뒤 머릿속에 테트리스처럼 쌓는다. 블록 하나만 떠올리면 다음 블록이 자동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고지전’ 촬영장에서 5쪽짜리 독백 신을 NG 없이 소화해 스태프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IQ 숫자보다 중요한 건 ‘집요함’이다. 순천에서 연기학원을 다닐 때 왕복 세 시간 통학길을 매일 버텼고, 집안 사정으로 학원을 그만둔 뒤에도 중·고교 연극반을 놓지 않았다. “암기는 재능이지만, 반복은 근육”이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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