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마당과 고풍스러운 저택, 그리고 명문 대학의 교정에서 시작된 청춘. 하지만 스물한 살, 그녀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는다.
한때 ‘장관 집 딸’로 불리며 남다른 배경과 재능으로 주목받았던 그녀, 지금은 ‘국민 엄마’로 더 익숙한 그 배우의 근황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장관의 딸, 공원 같은 집에서 자라다
국민 엄마로 더 익숙한 배우 김혜자의 아버지는 해방 직후 미군정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용택 박사. 대한민국 제2호 경제학 박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사회부 차관, 국회의원 출마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덕분에 집안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은 남달랐다. 그녀는 어린시절을 유복했다고 회상했다.
마당만 900평, 거실이 200평에 달했던 집은 동네 아이들이 공원으로 착각해 들어와 뛰놀 정도였다. “집에 들어오면 끝이 안 보일 만큼 넓었다. 거실에서 마당까지 걸어가려면 한참 걸렸다”는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만큼 특별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보여준다.
21살에 결혼해서 학교 중퇴해야 했던 청춘
김혜자는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학과에 입학했다. 이화여대는 당시만 해도 여성 교육의 상징이자, 사회적으로도 매우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학교였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미술이 아닌 연기에 있었다. 대학 재학 중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선발되며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1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연기 연수도 끝나기 전, 21살의 나이에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이화여대에는 ‘금혼 규정’이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결혼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던 것. 결국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이 규정은 이후 사회적 변화에 따라 2003년에 폐지됐다.
도시락의 대명사, 하지만 요리 실력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집안일은 전혀 할 줄 몰랐다. 결혼 후에도 가정생활에 서툴렀고, 요리나 청소 같은 일상적인 일들은 모두 낯설었다.
섬유 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은 김혜자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서포트를 했고, 김혜자가 실제 집안일을 못하는 모습을 본 주변인들은 연기 이미지와 다른 실제 모습에 오히려 컨셉인줄 알았다고 한다.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아들이 “어머니가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아들은 어머니의 이름을 딴 반찬 사업과, 도시락의 품질 관리 등을 맡으며 ‘국민 엄마’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 연기일 수 있다
83세, 여전히 현역 배우로 활약 중인 그녀는 최근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주인공 이해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후세계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모두가 젊은 시절 모습을 선택해 살아갈 때 나이 든 모습을 선택, 김혜자와 손석구의 부부 로맨스라는 독특한 그림과 그 뒤에 담긴 감동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천국보다 아름다운’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김혜자’라는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댓글0